본문 바로가기

우렁이 배우기/우렁이

우렁이와 사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형 마트나 시장의 한 구석에서 볼 수 있는 우렁이가 독특한 습성이 있다는 것을 얼마전 책 속에서 보았습니다.
책의 한 구석에 달팽이와 우렁이의 성질을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우렁이라는 놈은 환경이 나빠지면 알을 제 몸 안에 낳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어미 살을 파먹고 자라는데, 어미의 살을 다 파먹어 어미의 껍데기만 남아 물에 둥둥 뜨면 새끼들은 쏙 빠져나와 우리 엄마 혼자만 뱃놀이하네, 하고 빠진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비록 의인화한 이야기이지만, 글 속에는 우렁이나 사람이나 그게 그거아니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표현이 거칠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도 제 부모 살을 파먹고 자라는 건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연로하신 모친께서 예전에 가끔씩 지나는 말로 무자식이 상팔자지 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 때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지금 나이를 먹어보니 그 의미가 새로워집니다.
그래서 급격히 인구가 줄어드는 탓인지,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과거에 비해 지금에 더 실감나는 대목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대학등록금이 천 만원에 도래하는 시대라, 자식 몇을 연달아 낳았다고 하면 정상적인 급여 생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도 아들을 유학 보내놓고, 학비를 대느라 힘들어 할 때를 많이 봅니다.
비교 하기는 곤란하지만, 환경이 나빠서 제 몸 속에 알을 낳는 우렁이나, 급속한 발전과 풍요 속에서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생명의 조화라고 한다면, 그 속에는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