퓌센 인스부르크를 거쳐 이탈리아 둘러본 후 다시 알프스로 돌아오는 계획에 따라
베로나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도시를 돌아보고 다음 행선지로 행할때는 가장 먼저 고속도로 표지판을 따라
그 도시를 빠져나오는 것이 헤매지 않고 길을 찾는 방법이라는 것을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일들이
무슨 대단한 경험이고 노하우처럼 느껴지니 고소를 금치 못한다.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들어서서 가장 처음 생소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가드레일이었다.
중앙 분리대로 설치해 놓은 가드레일들이 온통 시뻘겋게 녹이 슬어 있었다.
새로 교체할 시점이 된 구간이라 그런가?
이런 예상은 계속되는 가드레일 보면서 여지없이 빗나가고.....
거기에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보는 녹슨 분리대는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선입관인가?
요즈음은 녹슨 강판을 일부러 고급스런 건물의 외장재로 쓰고 있는 시대니...
관리는 편리하겠다. 설치도 편리하고...
그런데 말쑥한 정장에 흙 묻은 낡은 구두를 신으면......
그러한 느낌 그러한 형상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우리의 고속도로는 얼마나 말쑥한가.
중국의 고속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는 가이드 레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고
두만강 가는 길에서 본 도로의 교각들에서
우리 교각들의 매끈하고 견고해 보이는 모습들이 떠올랐었다.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초현대 빌딩들이 많은 생각을 바꿔 놓지만
지금도 웬만한 대도시에서는 아직도 대나무나 목재로 비계를 매고 있는 중국이 아닌가.
우리의 70년대 사용했었던....
독일의 그저 그런 아우토반이나 잘 가꾸어진 프랑스 고속도로에 비해
약간은 초라해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접어 들었다.
이탈리아 북부인지라 알프스의 풍광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우리의 산간을 지나는 고속도로처럼 교각들 위를 지나는데다
고속도로라고는 하지만 도로폭이 넓지가 않고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하여 눈돌릴 틈이 없다.
독일은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통행료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는데
거기서 느낀 점은 여행은 역시 일반도로가 제격이라는 거였다.
베로나까지 가는 길을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나란히 달린다.
일반도로는 골짜기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고
그 위 조금 높은 곳에 고속도로가 있다.
우리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리는 차이점과 별반 다를게 없다.
여행은 역시 일반도로가.......
목적지인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 또한 여행이 아니던가.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면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정산하는데
카드로 결재하는 별도창구가 없다.
다른 차량들 뒤를 따라가 요금을 지불할 때
신용카드를 내미니 카드로 결재해준다.
너무 편하다.
우리도 그랬으면.....
도로 주변의 산들은 매우 높았고
길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주변 산자락 높은 곳에는 가끔씩 고성도 눈에 띈다.
매우 가파른 산기슭은 온통 포도밭이고
그 높은 곳에 주택들이 있다.
산아래 도로변 약간의 평지에도 포도밭과 초지들이 있고....
비는 오고 날도 저물어 가고
갈길은 멀고 험해도
주위의 풍경은 발길을 잡는다.
도로변의 포도밭과 농가들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온 탓에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조용한 산골 마을의 호텔에 투숙했다.
시가지라곤 도로 주변의 건물들이 전부인.....
아침에 찍은 호텔 모습
가족이 운영하는 조그많지만 결코 싸지않은 호텔.
저녁엔 이 마을 사람들이 이 호텔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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