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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들/우리나라

전국 억새 명소 Best 5

 

억새를 보는 요령이 있다. 해뜰녘 또는 해질녘이 좋다. 해를 마주보고서야 더욱 좋다. 바람이 불어야 몸짓을 시작하듯, 햇살이 비춰야 억새는 빛을 낸다. 해지기 전에 오르라고 권한다.
늦어도 오후 서너시엔 억새밭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세 시간쯤 뒤 서쪽을 향하라. 햇살이 엷어지면서 은세계가 황금 세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눈부시게 하얗던 세상은 흔적도 없어지고 황금빛만 너울너울 출렁인다.



산악인들은 "단풍이 좋으면 억새가 나쁘고, 억새가 좋으면 단풍이 나쁘다"고 말한다. 올해 설악의 단풍은 예년만큼 진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가을 억새는 유독 눈부시다. 억새는 단풍과 달리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가을은 억새다. 아니 억새가 가을이다. 억새 명소 여섯 곳을 추렸다.




포천 명성산

수도권의 대표적인 억새 명소. 바위산 아래 광활한 억새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한시간 산행이라지만 산길은 가파른 편이다. 억새밭은 정상인 삼각봉 바로 아래까지 올라야 나온다. 잡풀도 많아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산정호수를 품은 산세가 워낙 그윽하다.

명성산 억새가 유명한 이유는 수도권 당일 여정 산행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포천 일동 갈비를 먹어도 좋고, 산정호수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도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통곡했다고도 하고,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숨어 들어와 울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명성산(鳴聲山)이다. 산정호수까지 가면 명성산 입구다.
산정호수 매표소 031-531-6103, 포천 시내에서 30분 거리. 해발 922m, 어른 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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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화왕산

경남 창녕 화왕산은 봄.가을이 완연히 다르다. 봄엔 진달래로 붉게 물들다 가을엔 은빛 억새가 물결친다. 해발 756m인 정상 부근의 5만여평이 억새 군락지다. 이른바 십리 억새밭이라 불리는 명소. 봄에 화왕산을 올라봤다고 해서 가을에도 똑같은 코스를 밟아선 안 된다.

진달래와 억새 군락지는 다르다. 억새 산행이라면 창녕여중을 지나 자하곡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왕복 네 시간 코스를 추천한다. 일부 산악인은 화왕산과 인근 영남알프스의 사자평 등 영남권의 억새 명소엔 잡풀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산행이 그리 어렵지 않고, 억새 군락지가 워낙 커 가을 산행으로는 제격이다. 대규모 온천 지대인 부곡 하와이도 인근이다. 구마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창녕 시내를 거친다.
 자하곡 매표소 055-530-2497, 어른 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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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민둥산

십수년 전만 해도 아는 이가 드물었다. 수풀 우거진 산과 계곡을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상 산머리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上)이라 불리는 이 산은 별 매력을 끌지 못했다. 해서 주민들은 산기슭을 일궈 배추를 심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무가 없는 능선 모두가 억새로 가득 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둥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을 풍경 중 하나가 됐다. 주말마다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쉼없이 몰려든다. 민둥산 억새가 유명한 이유는 잡풀이 드문 데다 한길을 넘을 만큼 억새가 크기 때문. 산행 코스도 여럿이다.

40분 만에 정상에 이를 수도 있고, 인근 소금강에서 시작하는 다섯시간 코스도 있다.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까지 차가 들어가지만 주말엔 통제한다. 산행 기점은 증산마을. 정선에서 태백 방향 429번 지방도로를 타다보면 왼쪽에 민둥산 입구가 보인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2리. 입장료 없음. 해발 111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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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공원

서울의 억새 명소. 상암동 하늘공원을 오를 때마다 상전벽해란 말이 생각난다. 불과 5년 전, 이곳은 쓰레기 산 난지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환경 공원이다. 정상께 조성된 억새 군락지를 따라 산책로가 잘 나 있다. 대규모 억새 군락지는 없다.

대신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억새를 감상할 수 있게끔 주변 시설을 잘 갖췄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worldcup)나 전화(02-300-5605)로 생태체험 프로그램 신청도 가능하다. 걸어서는 20분쯤 걸린다.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에 더 그윽하다. 이외에 여의도 생태공원, 한강 이촌지구나 광나루지구 등 한강변도 억새밭이 좋다.
02-300-5605 ㅣ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도동 ㅣ worldcuppark.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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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섬 전체가 억새로 흐드러진다. 불쑥불쑥 솟은 오름 자락이든,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변이든, 밭과 무덤을 둘러싼 얕은 돌담가든 어디서나 가을의 절정을 맛보게 된다.

물론 햇살이 좋다면 말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산굼부리. 희귀한 마르(MARR)형 화산 지형이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가을엔 분화구 옆 드넓은 억새밭이 더 장관이다.


억새 사이로 군데군데 오솔길을 내 산책하기 그만이다. 다만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바라긴 어렵다. 교래리 삼다수 생수공장 옆과 성읍민속마을 부근 ATV 체험장 뒤편에도 수만평의 억새평전이 펼쳐져 있다. 북제주 조천읍과 남제주 남원읍을 잇는 1118번 남조로와 관음사로 가는 1117번 제1 산록도로는 길가에 도열한 억새 무리가 드라이브 기분을 한껏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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