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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들/다른나라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세계의 여행가들이 한 번 가보고 싶어한다는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이 최근 개발된 타히티 경유 항공노선으로
더 가까워졌다. 산호 해변인 아나케나 비치의 사구에 있는 모아이 ‘아후 나우나우’.



타히티의 파아아 공항을 이륙한 란칠레 항공의 LA 834편. 다섯 시간 만에 날짜변경선을 가로질러 이스터 섬의 마타베리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 쓰인 섬 이름은 ‘이슬라 데 파스쿠아’(스페인어로 ‘부활절 섬’). 부활절이라는 섬 이름은 1722년 부활절에 이 섬에 상륙했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1888년 이 섬이 칠레 영토가 되면서 스페인어로 표기됐다.

그러나 이 역시 섬 진짜 이름은 아니다. 이곳 주민들은 폴리네시아어로 ‘라파 누이’라고 부른다. 이 섬에 첫발을 들인 폴리네시안 원주민(마오리 족)이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원주민은 사라지고 그 이름만 남았다. 유럽인의 노예사냥(1862년)과 천연두로 대부분 죽었다.


라노 라라쿠


도착 직후 제주도와 흡사한 섬 풍경에 놀랐다. 현무암의 검은 바위해안, 크고 작은 오름(기생화산),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주민은 4000명인데 말이 5000마리 있다고 한다. 섬 곳곳에서 사람보다 많은 말이 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초원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풍경이 펼쳐진다. 1000년 전의 제주도라면 상상이 될 듯.

섬 크기(117km²)는 한국의 안면도(105.4km²)만 하다. 유일한 마을 항가로아에서 기껏 간다 해도 20km가 전부다. 항가로아를 벗어나면 어떤 문명의 흔적도 찾기 어렵다. 전봇대도 없다.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문명시대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도 받는다. 이곳에 인터넷 카페가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아후 통가리키


남태평양 마르키즈 제도(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마오리 족이 섬에 이주한 것은 1500년경 전. 폴리네시안 마오리의 개척 정신은 놀랍다. 이들은 카누로 수천 km를 이동해 하와이 제도와 뉴질랜드를 찾아내 거주했다. 이스터 섬 이주 후 각각 100년과 300년 뒤의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이룬 ‘폴리네시안 트라이앵글’(뉴질랜드 하와이 이스터 섬을 잇는 삼각지대). 이들은 한 변의 길이가 1만1000km나 되는 삼각형 해역의 섬 곳곳에 퍼져 살고 있다.

오후 3시. 예약한 섬 투어 버스가 도착했다. ‘HYUNDAI’라는 로고가 선명한 한국산 중형버스다. 여행자는 다국적이다.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칠레인 신혼부부도 보였다. 모아이 석상을 보러 가는 투어인데 가이드인 칠레 청년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안내했다. 일본인에게는 일본인 현지 가이드가 붙었다.


모아이의 출생지이자 무덤이기도 한 화산 라노 라라쿠 분화구 외벽기슭.
바위에서 탄생된 모아이가 제 위치에 옮겨지지 못한 채 오랜 세월 방치돼 흙속에 파묻혔다.


도로는 비포장이다. 털털거리며 달리던 버스는 바다를 향해 잦아드는 초원의 구릉 중턱에 멈췄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모아이 상이 있었다. 각각 다른 표정과 모습으로 바다를 응시하며 나란히 선 일곱 개의 거대한 이 모아이의 이름은 ‘아후 아키비’. 서쪽 바다로 부터 온 선조와 고향을 나타내는 석상이라는데 야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에 가실 만큼 인상적이었다.

섬에는 모아이가 모두 877개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제단(아후) 위에 제대로 놓여진 것은 288개뿐. 나머지는 제작 도중 또는 이동 중 방치된 상태다. 이스터 섬 여행의 나흘 여정은 모아이가 어떻게 제작됐고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피는 ‘고고학 산책길’이 된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에서 미스터리에 휩싸인 유물을 추적하는 것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흥미 만점의 여행이다.

모아이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 우리의 비석 쯤에 해당한다. 그래서 석상과 그 주변은 성소(聖所)로 보호된다. 아후에는 뼈를 묻기도 한다. 모아이는 씨족별로 세워지고 각각의 이름을 갖는다. 가장 큰 것은 높이가 21.6m나 되는데 아직 미완성 상태로 수백년 째 바위 속에서 잠자고 있다.

이스터 섬은 300만 년 전 해저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성. 세 개의 거대한 분화구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기생 화산으로 이뤄졌다.


아후 바이우리


그중 북쪽의 아나케나 비치는 특별하다. 다른 혹성에 불시착한 듯한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난데없는 야자수가 하얀 산호모래의 넓은 해변을 장식하고 야자수 사이로 모아이 일곱 개(아후 나우나우)가 모래 언덕 위에 일렬로 서 있다. 해변에는 여인들이 토플리스(topless)로 선탠을 즐긴다. 야자수 그늘 아래 풀밭에서는 싱그러운 바닷바람을 쐬며 오수를 즐기는 이도 많다.

해질 녘 서쪽 해안 항가로아의 포구 부근. 남태평양의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외로이 서 있는 아후 타하이의 모아이 뒤로 피어나는 노을. 평생 잊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스터 섬(칠레)=도깨비뉴스 리포터 동분서분 EWsummer@dkbnews.com

■모아이 어떻게 만들었나…암반 조각 후 떼내 통나무 굴림판으로 이동
모아이를 보면 이런 의문에 빠진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옮겼을까, 저 얼굴은 어디서 왔을까….

모아이 열다섯 개가 일렬로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장관을 자아내는 아후 통가리키 정면의 화산분화구 라노 라라쿠(‘라노’는 화산을 일컫는다). 모아이의 출생지이자 무덤인 이곳이 그 의문에 답한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 바위 벽에 부조 상태로 누운 모아이, 땅속에 묻힌 채 얼굴만 내민 것, 코를 땅에 박고 쓰러진 채 수백 년을 보낸 모아이, 깨진 채 풀밭에 나뒹구는 잔해 등.


아후 코테리쿠


이곳에서 모아이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석재는 라노 라라쿠의 분화구 외벽을 덮은 잿빛의 응회암(화산재가 굳은 암석). 이 암반을 돌로 쪼아 하늘 향해 누운 자세의 모아이를 조각해 떼 낸다. 그런데 그 운반 방식이 눈길을 끈다. 바위에서 모아이를 떼 내기 직전 등에 통나무를 대고 로프로 묶은 다음 산기슭 경사를 이용해 아래로 미끄러뜨린다. 그런 뒤 통나무 굴림 판으로 이동시켜 제단에 올린다. 그 이동거리가 길게는 20km나 된다.

모아이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이주 직후 소규모로 시작된 뒤 17세기까지 점차 거대화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모아이가 이처럼 버려진 것은 부족 간 전쟁의 결과다. 패자를 짓밟는 승자의 전통은 이 섬에도 있었다.

○여행정보
▽항공편=산티아고(칠레) 혹은 타히티 출발, 이스터 섬행 항공기(란칠레) 이용. 타히티 출발편이 이동 시간도 줄이고 타히티 여행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타히티에서 5시간. ▽현지정보 △기후: 아열대 평균기온 섭씨 20도. 8월 15∼17도, 2월 24∼27도. 성수기는 1∼3월 △통화: 달러, 유로, 페소(칠레) 통용 ▽전화=국제전화선불카드(한국어 안내) 가능. △호텔=100∼200달러 선(1박) △음식=10∼20달러 선. 로브스터 등 해산물, 구아바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풍부. △교통: 렌터카(하루 50∼100달러 www.rentainsular.com) 혹은 현지여행사(www.akuakuturismo.cl)의 버스투어 ▽이스터 섬 동영상 및 사진=씨에프랑스 홈페이지(www.ciefrance.com) 1588-0074
○패키지투어
‘타히티+이스터 섬’(11박 12일)투어가 처음으로 개발돼 판매 중. 타히티 섬 일주와 보라보라 섬 리조트 휴식을 포함한 고급 상품으로 가이드 인솔 패키지투어. 매주 화요일 출발. 499만 원. ▽판매여행사 △씨에프랑스 1588-0074 △현대드림투어 02-3014-2340 △인터파크 02-311-6823 △노랑풍선 02-2022-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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