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타히티 보라보라의 앞바다.
바다 전체가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진 산호로 이루어져 바다 빛깔이 시시각각 변한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보라보라의 여행길은 설레기만 한다.
◆ 인구 7천여 명의 작은 섬 ‘보라보라’
여행담당 기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어디냐고? 바닥이 환히 비치는 몰디브, 월드 베스트 해변으로 꼽혔다는 필리핀의 보라카이, 천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별명이 붙은 뉴칼레도니아, 1년에 6개월만 개방되는 태국의 시밀란, 산호진흙으로 마사지를 하는 팔라우…. 아름다운 바다는 정말 수없이 많다. 만약 딱 한 곳만 꼽으라면? 역시 타히티의 보라보라나 모레아 섬이 세계 최고다.
타히티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가 타히티 섬인 까닭에 그저 타히티로 통한다. 공식 이름은 프렌치 폴리네시아. 폴리네시아란 하와이와 뉴질랜드, 칠레를 잇는 삼각지대 속의 섬나라를 뜻한다. 삼각지역은 한 변이 8,000km. 정작 수천 개의 섬들을 다 합해도 면적은 2만6천km2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타히티를 중심으로 프랑스령인 118개의 섬나라를 프렌치 폴리네시아라고 부른다. 타히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보라보라로 가기 위해선 일본에서 타히티 섬까지 간 뒤 현지 파페테공항에서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비행기로 45분 거리. 여행은 국내선 상공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늘에서 보는 섬의 모습이 경이롭다.
보라보라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화산섬. 화산섬을 둘러싼 바다는 연둣빛. 해저 산호가 가락지 모양의 띠를 이루고 있다. 띠 안에 섬이 솟아난 형국이다. 하늘에서 보라보라를 내려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항공사 직원을 졸라서라도 무조건 왼쪽 좌석을 달라고 하는 것이 노하우. 보라보라 섬 상공을 지날 때 기장이 보라보라 섬을 왼쪽에 놓고 선회하듯 비행한다. 오른쪽 좌석 승객들은 안전벨트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다 가슴만 친다.
보라보라는 작은 섬이다. 인구가 겨우 7천여 명. 섬 관광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화산 봉우리인 오테마누(722m) 기슭이나 TV 안테나가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왜 타히티 보라보라 앞바다가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다.
보라보라 앞바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해변에서 가까운 연안은 연푸른 빛을 띤 산호지대. 조금만 배를 타고 나가면 수많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래사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거나 원시림 같은 녹색 바다가 이어지고, 다시 연두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색의 조화가 놀랍다. 맑고 정갈하고 화려한 푸른색들이 스펙트럼처럼 띠를 이루고 있다. 기자도 바다가 수없이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타히티에 가서 알게 됐다. 그 많은 색깔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없는 탓에 안내책자에는 그저 ‘수백 가지나 되는 크리스털 블루’라고 쓰여 있다.
◆ 유럽인들이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혀
보라보라의 바닷빛은 왜 이리 고울까? 바다 전체가 산호다. 이 산호가 바다 빛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보라보라 섬의 바깥쪽 바다는 산호띠인 리프(Reef)로 이뤄져 있다. 리프가 파도를 막아주는 까닭에 큰 파도가 없이 바다는 늘 잔잔하다. 그 안에 야자수만 가득한 새끼섬이 흩어져 있는데 이런 섬을 모투(Motu)라고 한다. 산호가루가 파도에 밀려와 섬이 된 모투의 앞바다는 연하디 연한 푸른빛. 햇살이 해저 산호가루에 반사돼 물빛도 눈부시다. 산호에 닿은 햇살은 마치 물고기처럼 퍼덕댄다. 모투와 모투는 멀리서 보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다시 반지처럼 이어져 산호섬 아톨(Atol)을 형성하고 있다. 새끼 산호섬 모투와 조금 큰 산호섬 아톨로 둘러싸인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런 바다가 바로 라군(Lagoon)이다. 모두 산호가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낸 신비다.
바닷빛이 아름다우려면 하늘이 맑고, 대기오염도 없어야 한다. 하늘빛이 그대로 바다에 비치기 때문. 몇 해 전 어느 기상학자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타히티 일대의 공기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이 없는 대기에서 지는 태양은 노랑과 주황, 붉음이 교차하는 황홀한 낙조를 만들어낸다. 대기가 맑기에 밤하늘의 별들도 밝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보라보라를 꼽는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클럽메드 촌장 브루노는 “15년 동안 클럽메드에서 일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1년 전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자랑했다. 지금도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으스댔다.
보라보라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랜 섬이다. 타히티의 섬들은 해저 폭발로 이뤄졌다. 3백만 년 전 보라보라가 생겼고 그 뒤 다른 섬들이 생겨났다. 보라보라는 원래 바우아바우에서 나온 말. 원주민 말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는 뜻이다. 또 ‘마이 테 포라’라고도 하는데 신께서 만들었다는 의미다.
보라보라가 서방세계에 알려진 것은 1767년 영국 왕립함대 왈리스 함장에 의해서였다. 처음 상륙한 사람은 1768년 쿡 선장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보라보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한다. 하와이 진주만에 공습을 당한 미국은 남태평양의 보라보라에 급유를 위한 기지와 활주로를 만들었다. 1942년부터 1946년까지 미군이 주둔했지만 정작 총 한 방 쏘기도 전에 전쟁은 끝났다. 당시 미국 해군장교로 보라보라에 왔던 제임스 미케너는 「남태평양 이야기」란 책을 통해 상공에서 바라본 보라보라의 모습을 ‘남태평양의 진주’라고 표현했다.
보라보라의 모습이 마치 입을 연 조개가 진주를 품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라보라의 흑진주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보라보라는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됐다. 영화 ‘남태평양’을 비롯해 ‘허리케인’ ‘트리플엑스’ 등이 보라보라에서 촬영됐다.
◆ 폴 고갱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타히티’
보라보라보다 바다 빛깔은 조금 떨어지지만 모레아 섬도 환상적이다. 수도 타히티 파페테에서 뱃길로 30분 거리.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나온 영화 ‘러브 어페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3번이나 영화화됐던 ‘바운트호의 반란’의 촬영지다. 모레아는 화산의 흔적이 뚜렷하다. 산자락의 모습이 마치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봉우리를 보는 것처럼 기기묘묘하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토이베아(1207m).
가장 유명한 봉우리는 현지 화폐인 100폴리네시언프랑에 나오는 모아로아(890m)이다. 모레아는 영화 ‘남태평양’에서 이상향인 ‘발리 하이’로 그려진 곳이다. 바다 빛깔은 보라보라만 못하지만 해양 레저 활동은 더 발달돼 있다.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만타레이 투어가 유명하다. 또 호텔에서 돌고래를 기르며 쇼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모레아는 폴리네이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쳤던 제단 ‘마라에’의 흔적, 남태평양 선교를 위해 세운 교회나 성당도 남아 있다.
보라보라와 모레아를 둘러보니 화가 폴 고갱이 왜 마지막 여생을 타히티에서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갱이 타히티 군도를 찾아간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색상과 자연에 천착했던 인상파가 화단을 주도했다. 젊은 시절 선원으로 세상을 떠돌았던 그는 타히티 섬들의 아름다움을 일찍 알았다. 그에게 타히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진 ‘그림 같은 세상’이었을 것이다. 1891년 아예 타히티에 정착한 그는 이 섬 저 섬을 돌아다니다 마르케사스제도에서 생을 마쳤다. 어디 고갱뿐인가? 영화 촬영을 위해 타히티를 찾았던 말론 브란도도 현지인과 결혼해서 이곳에서 살았다.
‘원색의 섬’ 타히티. 붉은 태양이 여는 아침, 공기까지 연둣빛을 띠는 낮,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저녁놀… 거기선 시간조차도 색깔의 변화이며 조화이다. 마지막으로 타히티 여행을 하려면 딱 하나 주의할 것. 절대 혼자 가지 말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가야 한다. 관광객 대부분이 연인이다. 연인들 틈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혼자 보고 있으면 미치도록 외로우니까.
◆ 여행 길잡이
시차는 한국보다 19시간 빠르다. 평균기온은 25.9℃. 프랑스령인 까닭에 프랑스어가 주로 쓰이지만 호텔에서는 영어가 통용된다.
국내에서 직항편은 없다. 일본의 오사카나 도쿄에서 에어 타히티누이로 갈아타야 한다. 오사카는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도쿄는 2시간 거리. 일본에서 타히티 섬 파페테공항까지는 약 12시간 걸린다. 파페테에서 보라보라까지는 항공기로 45분. 파페테 페리터미널에서 모레아 섬까지는 배로 30분.
물가는 살인적일 만큼 비싸다. 공장 하나 없고 모든 것을 수입하기 때문. 특히 국제전화는 호텔의 연결 서비스 요금을 제외하더라도 1분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생수는 4천∼5천원. 식사는 2만∼3만원이 기본. 보라보라에서 사파리 투어는 해볼 만하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보라보라 섬 일대의 바다를 보는 프로그램. 3시간 코스에 1인당 7만∼8만원선.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는 4~10월. 지금부터 준비해야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워낙 경비가 비싸기 때문에 호텔, 여행지, 현지 교통편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값이 싸다고 하더라도 1~3월 사이엔 절대로 떠나지 말 것. 우기에 가면 바닷빛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바다 전체가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진 산호로 이루어져 바다 빛깔이 시시각각 변한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보라보라의 여행길은 설레기만 한다.
◆ 인구 7천여 명의 작은 섬 ‘보라보라’
여행담당 기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어디냐고? 바닥이 환히 비치는 몰디브, 월드 베스트 해변으로 꼽혔다는 필리핀의 보라카이, 천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별명이 붙은 뉴칼레도니아, 1년에 6개월만 개방되는 태국의 시밀란, 산호진흙으로 마사지를 하는 팔라우…. 아름다운 바다는 정말 수없이 많다. 만약 딱 한 곳만 꼽으라면? 역시 타히티의 보라보라나 모레아 섬이 세계 최고다.
타히티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가 타히티 섬인 까닭에 그저 타히티로 통한다. 공식 이름은 프렌치 폴리네시아. 폴리네시아란 하와이와 뉴질랜드, 칠레를 잇는 삼각지대 속의 섬나라를 뜻한다. 삼각지역은 한 변이 8,000km. 정작 수천 개의 섬들을 다 합해도 면적은 2만6천km2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타히티를 중심으로 프랑스령인 118개의 섬나라를 프렌치 폴리네시아라고 부른다. 타히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보라보라로 가기 위해선 일본에서 타히티 섬까지 간 뒤 현지 파페테공항에서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비행기로 45분 거리. 여행은 국내선 상공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늘에서 보는 섬의 모습이 경이롭다.
보라보라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화산섬. 화산섬을 둘러싼 바다는 연둣빛. 해저 산호가 가락지 모양의 띠를 이루고 있다. 띠 안에 섬이 솟아난 형국이다. 하늘에서 보라보라를 내려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항공사 직원을 졸라서라도 무조건 왼쪽 좌석을 달라고 하는 것이 노하우. 보라보라 섬 상공을 지날 때 기장이 보라보라 섬을 왼쪽에 놓고 선회하듯 비행한다. 오른쪽 좌석 승객들은 안전벨트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다 가슴만 친다.
보라보라는 작은 섬이다. 인구가 겨우 7천여 명. 섬 관광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화산 봉우리인 오테마누(722m) 기슭이나 TV 안테나가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왜 타히티 보라보라 앞바다가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다.
보라보라 앞바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해변에서 가까운 연안은 연푸른 빛을 띤 산호지대. 조금만 배를 타고 나가면 수많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래사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거나 원시림 같은 녹색 바다가 이어지고, 다시 연두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색의 조화가 놀랍다. 맑고 정갈하고 화려한 푸른색들이 스펙트럼처럼 띠를 이루고 있다. 기자도 바다가 수없이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타히티에 가서 알게 됐다. 그 많은 색깔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없는 탓에 안내책자에는 그저 ‘수백 가지나 되는 크리스털 블루’라고 쓰여 있다.
◆ 유럽인들이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혀
보라보라의 바닷빛은 왜 이리 고울까? 바다 전체가 산호다. 이 산호가 바다 빛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보라보라 섬의 바깥쪽 바다는 산호띠인 리프(Reef)로 이뤄져 있다. 리프가 파도를 막아주는 까닭에 큰 파도가 없이 바다는 늘 잔잔하다. 그 안에 야자수만 가득한 새끼섬이 흩어져 있는데 이런 섬을 모투(Motu)라고 한다. 산호가루가 파도에 밀려와 섬이 된 모투의 앞바다는 연하디 연한 푸른빛. 햇살이 해저 산호가루에 반사돼 물빛도 눈부시다. 산호에 닿은 햇살은 마치 물고기처럼 퍼덕댄다. 모투와 모투는 멀리서 보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다시 반지처럼 이어져 산호섬 아톨(Atol)을 형성하고 있다. 새끼 산호섬 모투와 조금 큰 산호섬 아톨로 둘러싸인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런 바다가 바로 라군(Lagoon)이다. 모두 산호가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낸 신비다.
바닷빛이 아름다우려면 하늘이 맑고, 대기오염도 없어야 한다. 하늘빛이 그대로 바다에 비치기 때문. 몇 해 전 어느 기상학자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타히티 일대의 공기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이 없는 대기에서 지는 태양은 노랑과 주황, 붉음이 교차하는 황홀한 낙조를 만들어낸다. 대기가 맑기에 밤하늘의 별들도 밝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보라보라를 꼽는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클럽메드 촌장 브루노는 “15년 동안 클럽메드에서 일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1년 전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자랑했다. 지금도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으스댔다.
보라보라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랜 섬이다. 타히티의 섬들은 해저 폭발로 이뤄졌다. 3백만 년 전 보라보라가 생겼고 그 뒤 다른 섬들이 생겨났다. 보라보라는 원래 바우아바우에서 나온 말. 원주민 말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는 뜻이다. 또 ‘마이 테 포라’라고도 하는데 신께서 만들었다는 의미다.
보라보라가 서방세계에 알려진 것은 1767년 영국 왕립함대 왈리스 함장에 의해서였다. 처음 상륙한 사람은 1768년 쿡 선장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보라보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한다. 하와이 진주만에 공습을 당한 미국은 남태평양의 보라보라에 급유를 위한 기지와 활주로를 만들었다. 1942년부터 1946년까지 미군이 주둔했지만 정작 총 한 방 쏘기도 전에 전쟁은 끝났다. 당시 미국 해군장교로 보라보라에 왔던 제임스 미케너는 「남태평양 이야기」란 책을 통해 상공에서 바라본 보라보라의 모습을 ‘남태평양의 진주’라고 표현했다.
보라보라의 모습이 마치 입을 연 조개가 진주를 품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라보라의 흑진주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보라보라는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됐다. 영화 ‘남태평양’을 비롯해 ‘허리케인’ ‘트리플엑스’ 등이 보라보라에서 촬영됐다.
◆ 폴 고갱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타히티’
보라보라보다 바다 빛깔은 조금 떨어지지만 모레아 섬도 환상적이다. 수도 타히티 파페테에서 뱃길로 30분 거리.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나온 영화 ‘러브 어페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3번이나 영화화됐던 ‘바운트호의 반란’의 촬영지다. 모레아는 화산의 흔적이 뚜렷하다. 산자락의 모습이 마치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봉우리를 보는 것처럼 기기묘묘하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토이베아(1207m).
가장 유명한 봉우리는 현지 화폐인 100폴리네시언프랑에 나오는 모아로아(890m)이다. 모레아는 영화 ‘남태평양’에서 이상향인 ‘발리 하이’로 그려진 곳이다. 바다 빛깔은 보라보라만 못하지만 해양 레저 활동은 더 발달돼 있다.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만타레이 투어가 유명하다. 또 호텔에서 돌고래를 기르며 쇼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모레아는 폴리네이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쳤던 제단 ‘마라에’의 흔적, 남태평양 선교를 위해 세운 교회나 성당도 남아 있다.
보라보라와 모레아를 둘러보니 화가 폴 고갱이 왜 마지막 여생을 타히티에서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갱이 타히티 군도를 찾아간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색상과 자연에 천착했던 인상파가 화단을 주도했다. 젊은 시절 선원으로 세상을 떠돌았던 그는 타히티 섬들의 아름다움을 일찍 알았다. 그에게 타히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진 ‘그림 같은 세상’이었을 것이다. 1891년 아예 타히티에 정착한 그는 이 섬 저 섬을 돌아다니다 마르케사스제도에서 생을 마쳤다. 어디 고갱뿐인가? 영화 촬영을 위해 타히티를 찾았던 말론 브란도도 현지인과 결혼해서 이곳에서 살았다.
‘원색의 섬’ 타히티. 붉은 태양이 여는 아침, 공기까지 연둣빛을 띠는 낮,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저녁놀… 거기선 시간조차도 색깔의 변화이며 조화이다. 마지막으로 타히티 여행을 하려면 딱 하나 주의할 것. 절대 혼자 가지 말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가야 한다. 관광객 대부분이 연인이다. 연인들 틈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혼자 보고 있으면 미치도록 외로우니까.
◆ 여행 길잡이
시차는 한국보다 19시간 빠르다. 평균기온은 25.9℃. 프랑스령인 까닭에 프랑스어가 주로 쓰이지만 호텔에서는 영어가 통용된다.
국내에서 직항편은 없다. 일본의 오사카나 도쿄에서 에어 타히티누이로 갈아타야 한다. 오사카는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도쿄는 2시간 거리. 일본에서 타히티 섬 파페테공항까지는 약 12시간 걸린다. 파페테에서 보라보라까지는 항공기로 45분. 파페테 페리터미널에서 모레아 섬까지는 배로 30분.
물가는 살인적일 만큼 비싸다. 공장 하나 없고 모든 것을 수입하기 때문. 특히 국제전화는 호텔의 연결 서비스 요금을 제외하더라도 1분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생수는 4천∼5천원. 식사는 2만∼3만원이 기본. 보라보라에서 사파리 투어는 해볼 만하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보라보라 섬 일대의 바다를 보는 프로그램. 3시간 코스에 1인당 7만∼8만원선.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는 4~10월. 지금부터 준비해야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워낙 경비가 비싸기 때문에 호텔, 여행지, 현지 교통편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값이 싸다고 하더라도 1~3월 사이엔 절대로 떠나지 말 것. 우기에 가면 바닷빛을 제대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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