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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ern Asia 여행/인도

아그라를 떠나며~

 

아그라에서 묵었던 호텔 로비

 

인도여행 중 머물렀던 호텔마다 한두가지의 추억거리을 남겨 주었다.

대부분은 기억하기 싫은 내용들이었으나 그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인 걸~

델리에서의 첫날 밤 충격으로 인해 그보다 조금씩 나은 호텔들에서는

그나마 감지덕지하며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중 이다.

 

아그라의 이 호텔은 끔찍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김없이 또 다른 추억거리를 안겨 주었다.

 

 

우선 그 하나는 식사에 있었는데 

 

도착시간이 늦은 시각이라 도착하자마자

호텔식당에 음식 주문부터 해 놓았다.

 

4인분씩의 탈리를 주문했던 것 같은데

정작 식당에 들어서니 4인용 테이블에는 앉지 말란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애써 불쾌함을 누르고 지정해 주는 6인용과 8인용 테이블에 나누어 앉았다.

 

그나마 6인용 테이블에 앉았던 일행들은 별탈없이 식사를 시작했는데~

 

 

8인용 테이블에 나온 음식은 이게 전부였다.

4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 하나에 이 음식들이 차려지고

그 옆의 우리 테이블에는 음식접시가 하나도 없는게 아닌가.

조금 늦게 나오나 보다.

기다려보지 뭐~

 

참고로 빈접시들은 1인당 2개씩 사용할 수 있도록 셋팅되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봐도 감감 무소식이다.

서빙하는 친구를 불러 물어보니

음식은 이미 모두 나왔고  옆 테이블의 음식을 같이 먹어야 한단다.

이 무슨 경우인가

옆 테이블은 손도 닿지 않고 양도 넉넉치 않은 것 같은데

 

순간 불쾌함이 솟구친다.

우리가 거진가

얻어 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1인분에 얼마씩 정당한 가격으로 주문한 음식인데

왜 이러냐고 항의를 해도 이 친구 앵무새다.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주문한 음식은 모두 나왔다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매니저를 찾았다.

서빙하는 친구들은 되게 야단을 맞았고

비로소 우리 테이블에도 음식이 차려졌다.

 

중앙부분의 4인용 테이블들은

2명의 외국인이 잠시 다녀간 후로는

누구도 식당을 찾는 사람이 없어 텅텅 비어 있었다.

 

다시 괘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친김에 이번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우리말로

신나게 퍼주어 주었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표정만으로도 의사전달은 충분히 된 듯하다.

 

점잖은 한국의 여행객이 되고자 하고

방문국의 풍습 등을 이해하고 따르려 노력해 보지만

부당한 대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감수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싶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퍼주어 주는 것이 잘 한 일은 아니겠지만

두가지면에서는 편리하다.

상대방에게 내 말꼬리가 잡힐 일은 없고

어설픈 영어보다는 속 시원히 쏟아낼 수 있다는 거~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듯 하다.

 

 

음식이 차려지고 분위기도 조금 진정돼서 식사를 하려는데

고선생님이 양초를 가져 오신다. 

오늘이 강사장님 생일이고 한국에서부터 생일초를 준비해 오셨단다.

대단하시다.

 

그러고보니 나의 동행도 몇일 전이 생일이었고

또 한분이 여행일정 중에 생일이 있어

합동으로 생일잔치를 치뤘다.

맥주도 곁들여서~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나 했던 이 호텔에서

또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샤워꼭지가 망가져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카운터에 부탁했더니 수리공을 보내 주겠단다.

한참을 지나도 오지않아 카운터에 가보니

노닥거리고 있지 않나

그래 이 정도는 이해해 주자. 습관이고 문화의 차이라고~

 

지친 몸으로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무언가 잽싸게 지나가는 듯 한데

잘못 봤겠지 무시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세면을 마치고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젯밤 살짝 스쳐고 지나갔던 문제의 이놈이

이번에는 기를 쓰고 화장대에 오르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생쥐였다.

 

한바탕 울고불고 난리다.

어젯밤 알았더라면 한숨도 못 잤을거라며~

이후 이껀으로 종종 닥달도 받았고......

 

 

짐 정리를 마치고

카주라호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나왔다. 

 

 

23시20분 출발하는 기차니까 시간 여유가 많다.

우리처럼 일찍 나온 인도의 청년들 모습

 

우리일행은 역내 식당에 자리 잡고

 

역내의 상점 모습

 

다른 역들에 비해 시설이 비교적 좋았다.

세계적인 관광지라서 그러한가 보다.

 

 

 

바닥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 모습들은 여전하고 

 

 

파란 옷을 입고 앉아있는 우리의 길잡이님 수

도시간의 이동과 호텔까지 안내해 주는게 이분의 임무다.

목적지에서의 여행은 개별여행이고

몇일 동행하면서 느낀 점은

역으로 오면 길잡이님도 무척 긴장을 한다.

날이 갈수록 인도에서의 기차여행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승객들은 늘어나고

 

 

 

열차 도착시간이 되면 모두가 긴장하게 되는데

열차에 제대로 오르는 것 조차도 만만치 않다.

 

두번을 플랫홈에서 뛰어가서 열차에 오른 경험이 있다.

한번은 열차번호를 확인한 상태에서

정차한 지점까지 이동하는 것 이었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다른 한번은 아마 이 아그라역이 아니었나 싶은데

황당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열차가 플랫홈에 들어서면 열차번호를 확인하고 그 칸으로 오르면 되는데

 

S1 S2 ....S5 가 차례로 나타나고 갑자기 다음번호 S6 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탈 열차번호가 S6 인데....

번호가 갑자기 EX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순간 모두들 당황했고 길잡이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기차를 놓치면 않되니까 무조건 올라타서 번호대로 좌석을 확보하란다.

열차번호가 틀린데 어떡하나

망설임도 잠시 급히 움직인다.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좌석번호를 찾아가는데

 

다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 내리란다.

우리 칸이 별도로 있단다.

허둥지둥 내려 한참을 뛰어갔다.

열차 몇량을 지나쳤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가니

S6 라는 표시가 보인다.

차량에 올라 좌석을 찾고 나서야 한숨을 돌린다.

 

다음날 날이 밝고 열차가 연착이 될 때

기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우리가 탄 차량 뒤에는 Rugage라고 비교적 짧은 차량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S5 에서 훌쩍 건너뛰어

거의 끝부분에 우리가 탄 차량이 있었던 것이었다.

 

열차시간이 다가오면 유달리 긴장하는 길잡이님을 이해할 수 있겠고

열차표를 사준다고 해도 어려울것 같은 것이 인도여행인 것 같다.

 

우리일행이 아닌 젊은 친구가 열차에서 내리길래 물어 보았다.

어떻게 이 열차칸를 찾아 왔냐고

그랬더니 이 친구 대답이

역에서부터 우리일행을 봐왔으며 우리가 뛰어 가길래

자기는 앞뒤 생각없이 무조건하고 뒤따라 왔단다.

 

그러면서 열차표 예약하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미리 예약하고자 하는 시간을 말하면 그 시간대에는 좌석이 없다고 하며

잠시후에 떠날 기차표를 제시한단다.

그럴수 없다고 우기면 비로소 예약하고자 하는 시간대의 표를 준단다.

 

그러면서

우선 비어있는 차량을 채워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는 그때 또 채워 보내겠다는 속셈이 아니냐고 한다.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건지~

 

열차를 기다리는 인도인 가족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