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단 이틀의 추석 연휴~
추석 전날과 추석.
모처럼의 휴식에 느즈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말도 없이 보낸 날들이라 시간 구애 받지 않고 달콤하게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본가에는 천천히 올라가겠노라 말씀드려 놓아서 여유도 있고
오랫만의 휴일을 맹숭맹숭 보내는 것이 아쉬워
어디 가까운 곳에서 산책도 하고 커피라도 한잔 마시자며
마땅한 장소를 물색해보라 했다~
대장금 세트 후원
작년에는 물향기 수목원에서 산책을 즐긴 후 본가로 향했는데
이번에 잠깐 둘러볼 곳을 물색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이곳저곳 검색해 보다가 용인의 한 고택을 택해서 찾아갔는데
아뿔싸~ 문이 굳게 잠겨 있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찾아간 곳이 대장금 파크~
기웃거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장금이 옆에서 열심히 말을 걸어보지만
눈길 한번 안주네요~~ㅎ
예전에 한택 식물원에 들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먼 발치로 이 세트장을 본 기억이 있어 찾아온 것이다.
그때는 세트장 앞도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늦은 시간대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적막감만 감돌아 그대로 발길을 돌렸었다.
또다시 헛걸음하기 싫어서 출발하기 전에 전화로 문의하니~
연중무휴란다.
여인들의 제일 관심사 중의 하나는 역시 주방 살림인가보다.
장독대도 들여다보고 솥뚜껑도 열어보는 것을 보면~
다기를 앞에 놓고 사진 한장 찍고 싶으시단다~
대장금 세트를 나서서 언덕으로 오르는 길가의 건물 벽에
낯익은 얼굴들이 그려져 있다.
길가의 꽃 위에 나비가 앉아 있다.
좀 이쁜 나비를 찍지 그러냐는 마나님 엄명에
다시 한 컷~~ㅎ
언덕길에서 내려다 본 대장금 세트가 멋지다.
길가의 밤나무에 매달려 있는 밤송이에서 금방이라도
툭하고 밤알을 쏟아낼 듯한 모습도 보인다.
농익은 가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듯한 모습이 정겹다.
언덕을 올라서자 보이는 수많은 입간판들~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된 수많은 사극들을 나열해 놓은 모습인데
2005년 신돈 제작을 시작으로 현재의 옥중화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카페 하나가 있는데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가시겠단다.
이곳에서 커피를 못 마시면 이날은 영영 기회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지 결사적으로~
그도 그럴것이 주인장이 마악 커피 머신을 끄고 문을 닫으려 했다고 하며
찾아준 손님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서인지 다시 커피 물을 올려 놓는다.
뒤늦게 찾아든 손님에 대한 야속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주인장 대신 터줏대감 고양이가 매서운 눈으로 흘겨본다~
커피 한잔에 기운이 나신가보다.
가파른 언덕길을 거침없이 오르는 것을 보면~
세트장 내의 가장 오른쪽 길을 따라가본다~
길 양쪽의 궁궐같은 저택들 모습이 멋지다.
길 오른쪽 첫번째로 들어간 곳은 요즈음 방영되는 사극의
상단 모습과 무척 닮아 있다.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단을 막돌로 쌓아 놓았는데
운치있다.
잘 다듬어진 견치돌과 사고석으로 쌓여진 축대나 기단 보다
이런 모습들에 더 정이 가는 이유를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어떤 틀이나 획일적인 모습의 현대 문명에 식상하고
보다 자유분망한 삶에 대한 욕망에서 기인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편의 으리으리한 저택 안을 기웃거려본다.
노비 출신의 무신 김준이 최고 권력자가 되어 머무른 처소로
최우사택이라고 한다는데 어째 우리 전통 가옥 같지 않다.
고려 시대의 대저택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건물 형태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저택으로 들어설 때 현판에
개성인지 개경인지 지명이 쓰여있는 것 같기는 했는데~~ㅠ
궁궐 부럽지 않은 구조다.
누각도 멋지고~~
하기사 무신들이 집권했을 당시에는 그 권력이 왕을 능가했을터이니
이 정도의 화려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기념 사진 한장 남기고 저택을 나선다.
죄수를 호송하는 마차를 보고 죄수 흉내를 내보겠다며~~
궁궐은 내려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하고
오른쪽으로 이어진 가옥들로 걸음을 옮긴다.
아담하게 지어진 초가가 멋지다~
민속촌을 가본지도 꽤 됐는데 그곳과 비교해 봐도
절대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 놓은 듯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과 정교함은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으로 이어진 곳은 저잣거리인데
상품들이 펼쳐져 있는 거리에 인적은 없고 팔다 남은 갖가지 물건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모두들 장사는 내팽개치고 추석 쇠러 간 모양이다~~ㅎ
포도청으로 들어서자 냅다 곤장부터 쳐든다.
누굴 그리 내리치고 싶으신가~
설마 나를~~ㅎ
세트장 옆의 밭에 조롱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시골 정취를 물씬 풍기는 조롱박이 탐나는지 한 개 따가지고 싶단다.
개인 소유라면 안돼도 세트장 임자꺼라 괜찮다나~~ㅎ
이러저리 흠집 없는 것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으신 모습이다.
정말로 서리라도 하려는지~~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데
그 너머의 기와 지붕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조롱박 터널을 나서는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조롱박을 훔쳤다면 확~ 꼬질러 버릴텐데~~ㅎ
어이쿠~~ 옥사에 갇히셨네~
조롱박 절도 미수죄인가~~?
작은 초가 안으로 들어서 봤다.
매달려 있는 등이며 마당에 놓여 있는 작은 옹기들
댓돌 위에 놓여 있는 지게 등이 사라져가는 기억 저편의 아련한 추억들을 몰고 온다.
다듬다 만 듯한 마늘 바구니도 보이고~
초가집의 대문에도 볏짚을 이어 올려 놓았던 모양인데
이런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벽에 걸려 있는 키도 참으로 오랫만에 본다.
약쑥도 바구니에 담겨 있고~
훍담 위에 이엉도 씌워져 있는데
이런 모습은 얼마만에 보는 것인가~
초가를 나서자 가파른 돌 계단 위로 높게 솟은 루가 보이는데
잠시 망설였다.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며 나선 길이라 굳이 올라가 볼 필요가 있을까하는 마음과
안 보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결국 세트장의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게 되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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