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의 제일 높은 곳 안양루에 오르니
세트장의 다양한 건물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멀리 산 아래의 농지까지 바라다 보이는데 경치가 그만이다~
우리의 전통 가옥들이 이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뭐 하시는가 했더니
잠자리 잡는 중이란다.
세트장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한장 찍고~
발 아래 펼쳐져 있는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이곳에 오르는 것을 잠시 망설였는데
자칫 이 멋진 풍광을 놓칠 뻔 했다.
역시 열심히 발품을 팔면 그 댓가는 반드시 돌아오는 모양이다~
세트장의 제일 높은 이곳에는 고려시대의 대표적 목조 건물인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모델로 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데~
사찰 오른편 부속 건물에 묘령의 아가씨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
호기심에 다가가본다.
카페 해를 품은 달이다.
카페 안뜰에 멋진 전통 양산이 펼쳐져 있는데
어우동이 받쳐 들면 제격일 듯 싶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안뜰이 맘에 든다며
기념 사진을 남기고 싶단다.
누각 안에서 쉬고 있는 부부 모습도 보이고~
담장을 따라 나란히 심어 놓은 대나무와
기왓장을 쌓아 만든 담장이 운치있다.
어느새 누각 위에 오른 마나님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모양이다~
세트장 입구의 카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카푸치노는 메뉴에 없는데
부탁을 하니 젊은 주인장께서 특별히 만들어 주시겠단다.
어쩌다 가게 되는 커피숍에서 나는 온전히 카푸치노만 마신다~
자판기 커피나 다방 커피에 익숙해져 있고
타서 마시는 일회용 커피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는 나로서는
요즘 유행하는 내려 마시는 고급 커피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주된 이유는 어느 곳에서나 카푸치노 맛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외국 여행 중에도 복잡한 메뉴판을 살펴보지 않고
주저없이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만사 오케이다.
커피를 전달해 주고 돌아가는 아가씨 뒷모습이 싱그럽다.
종업원도 아니고 젊은 주인장 여친이냐고 물으니 그렇지도 않다고 하는데~~ㅎ
커피 한잔 들고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커피 마시며 쉬고 계세요.
휭하니 한바퀴 돌아볼테니~
카페 누각의 넓은 자리를 우리에게 기꺼이 넘겨 주시겠다던 중년 부부께서도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평상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모르겠지만
명절 전날이어서 그런지 한산하고 조용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주말을 이용하여 가끔씩 나들이를 했는데
요즈음은 도통 길을 나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단풍철에 아이들을 데리고 설악산을 찾았다가 거의 온종일 길에서 헤맸던 기억이 있고
그 이후로는 휴가철이나 공휴일에 먼길은 고사하고 가까운 거리도 선뜻 나서기가 겁난다.
기분좋게 길을 나섰다가 길 위에서 교통 체증으로 몇 시간씩 거북이 걸음을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거니와
즐거운 기분마저 망치기 십상인지라 나들이를 가급적 삼가게 된 것이다.
한가한 평일에 홀가분하게 나들이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지만
그때는 그럴 힘이나 남아 있을런지 모르겠다~~ㅠ
모처럼의 나들이에서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무질서하게 놓인 듯한 댓돌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주축돌 하나에도
우리의 한국적인 멋이 깃들어져 있는 듯 해서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한 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딸들에게 우리 건축물들의
이런저런 특징을 알려주고 설명해 주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몇번 시도하다가 반응도 시원찮고 귀찮아 하는 기색도 보여 이내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 당시에는 여행길에 보이는 사찰은 대부분 들어가 보았는데
아이들에겐 그것도 고역이었을 것이다.
한참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다닐 나이였으니~~ㅎ
날아갈 듯한 처마선이 멋지다.
비록 세트장이긴 하지만 우리의 고유 건축물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이
외국의 어느 도시 풍경 못지 않다.
마나님은 해품달의 분위기에 푹 빠져 있다.
이제 그만 내려가시자구요~~
일탑식 가람 형태의 부석사 모습을 다시 담아보고
운종루를 내려간다.
길가의 잎사귀 마저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모처럼의 여유로운 마음에서 연유한 것은 아닐까~~
자칫 궁색해 보일 듯한 낡은 초가와 막쌓은 돌이 반쯤 드러난 흙담 조차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 유산이 아닌가~
주변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을 뒷길과 작은 개울이
우리의 옛 시골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한데
마치 잊고 지냈던 고향 마을을 오랫만에 찾아온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다.
분주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고즈넉함이 참으로 맘에 든다.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기만 하고~
성곽을 지난다~
주저리 주저리 약재가 걸려 있다.
이름모를 약재가 상자에 담겨 있기도 하고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매달려 있기도 하다.
인정전으로 들어섰다.
왕의 즉위식과 책봉식 그리고 화려한 연회가 펼쳐졌던 궁궐답게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다.
날렵하게 솟구쳐 오른 처마선이 아름답다.
건물을 경쾌하고 날렵하게 보이도록 한 우리의 선~
궁궐의 이곳 저곳을 살펴본다~
나무로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틀을 보고 뭐냐고 묻는데
나도 모르겠다~~ㅎ
이곳은 상궁의 숙소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는데~
제대로 답변을 못 해줘서 머쓱해진 기분을 만회라도 할 양으로
벽돌로 멋지게 쌓아 올린 것은 뭔지 아느냐고 잘난 체도 해 본다~~ㅎ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멋지게 한 컷 담아 달라는데 만족스러우실지~ㅎ
소나무도 운치있다.
어느덧 세트장 문 닫을 시간이 됐단다.
절반 정도는 미처 돌아보지도 못한 듯 한데~
다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래야 핑계삼아 다시 올 기회를 만들테니까~~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뭇가지도 멋지고
벽화도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이래저래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낸 덕분일게다.
해품달에서의 커피 한잔이 정말 맘에 들어서
이 커플이 더욱 사랑스럽다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올라오면서는 그냥 지나쳤던 종합안내판도 담아본다~
맘에 드는 사람들 손을 꼬옥 잡고 있단다~~ㅎ
내려오는 길 옆의 꽃 구경도 하고~
개울을 건너는 중이라나~~ㅎ
이제 본가로 가는 일만 남았다.
오늘도 운전은 마나님 몫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차 주인이 모는게 가장 안전한 운행이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인지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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