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5일에 설악산을 찾았다.
아이들이 학생이었던 시절에 단풍 구경을 하자고 설악산을 찾았다가 주차장까지 들어오지도 못하고 도로에서 몇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고, 그 악몽으로 이후 단풍 절정기에는 여행을 자제했고 자연히 이곳 설악산도 기억에서 점차 멀어졌었는데
그로부터 거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내와 함께 오붓이 다시 설악동에 들어선 것이다.
평일이고 단풍 절정기가 지난 후라서 설악동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 주차장까지 거침없이 무사히 들어오게 되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ㅎ
설악동에 자리잡고 있는 신흥사에 대한 안내판이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신흥사 소유 토지의 방대함에 놀랐다.
신흥사 주변의 흔들바위, 권금성은 물론이고 마등령과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이루는 공룡능선까지 게다가 설악의
주봉인 대청봉까지 신흥사 소유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신흥사의 연혁이 오래되기는 했다지만 이 정도로 방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을 줄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뉘신가~?
너구리님~?
아무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지 주위의 소란스러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인이야말로 이곳의 터줏대감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안으로 들어서면서 담아본 모습이다.
이곳의 단풍철이 한 달 이상이나 지났건만 빨간 단풍나무는 여전히 붉게 타오르고 있다.
위풍당당한 금강송과 탑도 멋진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편안한 여행이 좋아지기 시작한 탓이다.
이곳에 설치된 관광안내도가 훨씬 실감 있게 다가온다.
입체적으로 그려 놓아서 그런가 보다~
신흥사 일주문 모습이다.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거대한 불상~
1997년 10월 높이 14.6m로 세계 최대의 청동 불좌상을 조성한 지 10년 만에 일주문 앞에 봉안되었다는 이 청동대불은
통일을 염원하며 세운 것으로, 일명 ‘통일대불’로도 부른다고 한다.
부처님을 내 손바닥 위에~?
불상 뒤쪽으로 가본다.
예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불상 내의 법당 모습이 궁금해서 잠시 들여다봤다.
스님이 기도를 드리고 있기에 사진 촬영도 삼가고 조용히 뒤돌아 나왔는데, 공간은 상당히 협소해 보였다.
신흥사 쪽으로 걸음을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목조 다리가 운치 있다.
다리에서 바라본 울산 바위 쪽 계곡 모습이다.
이쯤에서 기념사진도 한 컷~
다리 아래 권금성 쪽 계곡이다.
다리 끝에는 찻집이 마련되어 있다.
갈림길에 세워 놓은 이정표다.
대청봉이라는 글씨가 유독 내 눈에 밟힌다.
대청봉은 딱 한번 올라본 적이 있다.
군 제대를 하고 가을 학기 복학을 준비하고 있던 한 여름에 사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속초에 있으니 놀러 오라고~
특별히 할 일도 없었던 터라 곧바로 다음날 집을 나섰고, 내친김에 설악산 등반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오색에서 대청봉 그리고 설악동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간결한 등산을 택했고,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설악산
등반 기억이다.
그때는 풋풋한 젊음이 있었는데~~ㅠ
설악산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또 하나의 기억을 남겨준 곳이기도 하다.
등반을 마치고 오색의 계곡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는데, 계곡의 물이 어찌나 맑은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 맑은 물에 사촌이 겁도 없이 뛰어들었는데 잠시 후 허우적거린다.
얕은 곳인 줄 알고 주저 없이 뛰어든 모양인데 사촌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촌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는데, 사촌은 내 머리며 어깨를 짓누르며 위로 솟구쳐 숨을 쉬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숨을 쉬어야지~
그런데 이 횟수가 잦아지고 간격이 짧아지게 되면서부터는 내가 미처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기회가 없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같이 물에 빠져 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거였다.
무척이나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에 주변에는 아주 가까이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누구 하나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점차 이런 상황은 공포심으로 변해 갔다.
결국은 내가 살아야 사촌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물속 깊숙이 잠수를 하여 사촌에게서 떨어졌고 사촌이 나를 짓누를 수
없을 정도의 거리에서 한 손을 내밀어 잡게 해 주었다.
사촌이 내 한 손을 잡는 순간부터 죽을힘을 다해 헤엄을 쳐서 밖으로 나오는데, 어느 순간 사촌이 내 손을 뿌리치길래 바라
보니 두 발로 서있고 물이 허리쯤 차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오로지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헤엄을 치고~ㅠ
비로소 밖으로 나온 사촌이 하는 말이 죽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단다. 나는 죽음까지 느낀 상황이었는데~~ㅎ
그때 느낀 또 한 가지~ 구하겠다고 무조건 뛰어드는 게 아니라 뭔가를 던져 줘서 잡고 나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사실
이다.
신흥사 입구의 거대한 나무가 멋지다.
이제 사천왕문을 거쳐 신흥사 경내로 들어가 본다.
신흥사 종각 모습이다.
신흥사 경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多包系 팔작지붕 건물인 극락보전 極樂寶殿이다.
1971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이 건물의 기단은 자연석으로 쌓고, 주춧돌도 자연석 그대로 놓았으며
배흘림이 있는 둥근기둥을 세웠다.
극락보전 내부 모습이다.
극락보전 쪽에서 바라본 명부전과 그 너머의 권금성 모습이다.
잎사귀를 모두 떨군 감나무의 빨간 감들이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준다.
까치밥 치고는 너무 많이 남겨둔 거 아닌가~? ㅎ
극락보전과 명부전 사이의 삼성각 모습이다.
신흥사를 나서서 울산 바위 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잠시 거닐어 보았다.
가는 가을이 아쉬운지 아름다운 단풍이 가지를 꼬옥 부여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애처롭다.
잎을 모두 떨군 담쟁이에는 검은 열매만 애처롭게 달려 있고~
다시 되돌아 나가는 길이다.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의 예약 시간까지 약간의 텀이 있어서 신흥사와 그 주변을 잠시 거닐어 보았는데
이쯤에서 돌아가면 케이블카 탑승 시간과 거의 맞을 것만 같다.
신흥사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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