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하고 가을을 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
겸사겸사 주말을 이용한 이틀간의 일정으로 먼길을 나섰다.
말이 나들이지 사업상 몇군데 둘러보고자 떠난 길이라
카메라를 가져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모처럼의 나들이에 눈요기만 하고 돌아오기도 뭐해서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다.
아내 왈 카메라가 있으면 발걸음부터 달라진다나~~ㅎ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이다보니 하루반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반나절 정도 밖에 남지않은 시간에 어디를 둘러볼까 고심하다가
찾아간 곳이 땅끝 마을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제주도로 가면서 지나쳤던 추억도 상기해 보고
어느 정도 낯익은 곳이라 헤맬 이유도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었다가자며 찾아온 곳인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시설물이 눈에 띈다.
전망대로 오르는 모로레일이 그것인데~
위치 확인도 마친 셈이라 모노레일 옆의 주차장에 파킹한 후
민생고부터 해결키로 했다.
해변가 작은 숲길 옆 노점에서 아내 발길이 멈춘다.
할머니 한분이 이런저런 해산물을 펼쳐 놓고 파시는 곳인데
자주 접하지 못한 것들도 보여 궁금한 것도 많은 모양이다.
미역 등 몇가지 사가겠다고 내심 작심한 듯 하고~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ㅎ
이것저것 물어보고 내친김에 맛있는 식당도 추천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추천해 주신 식당에서 배를 불리고~~
해안가 도로에 땅끝이라는 표지석도 보이고
섬을 오가는 여객선 모습도 보인다.
여객선 옆의 작은 돌섬이 멋지다.
돌섬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님 눈을 번쩍 띄이게 해준 커피숍~
요즈음 같이 외식이라도 할 때면 식사 후의 취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전히 다방 커피와 일회용 커피맛에 익숙한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오면 그만인데
아내의 커피 사랑은 각별하다.
그래서 집 주변 거의 모든 커피숍의 커피 맛은 섭렵한지 오래고
마음에 드는 커피를 찾아서 차를 몰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로서는 그게 그것 같은데 맛없는 커피는 용서가 안된다나~~ㅎ
그런 아내 눈에 이 커피숍이 얼마나 반가웠겠나~
반색을 한다.
커피숍 주인인 이 젊은 친구도 외지인이라고 했다나~~
여객선 후미로 연실 차들을 토해 낸다.
우리도 한때 이런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의 커피 한잔이 꿀맛이란다.
오랫만에 만끽해 보는 여유로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전망대로~
숲길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내의 뒷모습도 아름답고
모진 풍파에 찟겨진 고목도 멋지다.
모처럼의 여유가 모든 것을 아름답게 채색해 주는 모양이다~
모노레일 아랫 부분의 상가 물품들도 궁금한 모양이다~~ㅎ
상가 앞에 널려진 해산물의 정체가 궁금했다.
알듯 모를 듯 기억이 가물가물~
현지인분이 청각이라고 가르쳐 주신다.
그렇지~ 청각
잊고 살았던 해조류다.
어렸을 적 김장 김치 안의 청각은 맛도 모양도 생소해 먹을 때 골라내곤 했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로 오른다.
예전엔 이런 시설이 없었는데~~
모노레일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일품이고
숲 사이로 나있는 궤도도 멋지다~
항구 모습과 함께 해안가 도로도 바라다보인다.
이곳 전망대를 돌아본 후 저 해안가 도로를 따라 완도까지 가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제주도 일주를 하고 왔던 날들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몇 해나 지난건지 자세한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지인들과 점심 먹다가 나눈 대화 중에 완도에서 배편으로 제주도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한 가족 여행이었다는 것은 마치 어제 일처럼 지금도 생생하다.
덕분에 매일매일 현지에서 숙소를 물색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곡선 구간을 돌아가니 더욱 넓게 항구와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미세 먼지가 잔뜩 끼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멋진 풍광이다.
전망대에 도착해 내려다보는 바다에 배도 몇 척 보인다.
멋지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바짝 다가와 있고~
한복을 잘 차려 입은 노부부가 계단을 내려 가신다.
이런 커플룩도 있네~~ㅎ
어딜 가시냐고 물으니 주차장으로 가신단다.
그제서야 주차장에 차를 대고 힘겹게 올랐던 계단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던 바로 그 길~
전망대에 오르는 대신 아랫 부분에 시설되어 있는 데크를 선택했다.
데크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도 미세 먼지로 온통 뿌였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좋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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