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년만에 만난 작은 딸~
유학생으로 시작해 직장인이 되어서 미국생활 7년차에 접어들기까지
한번도 찾지않은 부모의 무심함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얼떨결에 내뱉았고
그 말에 충격을 받아 내년 여름에는 꼭 찾아가마하며 실행한 뉴욕 여행이다.
사실 그동안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한번도 찾지 못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학교가 결정되고 딸이 처음 미국에 발을 디뎠을 때는 사촌들이 안내를 해 주었고
매년 여름방학 때는 귀국해서 같이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는 나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고
혼자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않는 아내가 홀로 다녀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3학년 여름방학 때는 인턴을 하겠다고 뉴욕에 남아있는 작은 딸을 제외한 온가족이 영국에서 만났고
4학년 졸업을 마치자마자 시작된 직장 생활 때에는 오히려 누가 될까봐 뉴욕 방문은 생각치도 못했다.
한번도 찾지않은 우리를 빗대어서 친구들이 너의 부모는 너를 참으로 강하게 키우나보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도 무심코 흘려 들었고
나름대로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던 딸아이의 괜찮다는 말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작년 여름 비자 연장 겸 귀국시에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무심코 배어나온 섭섭함에 전격 뉴욕행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딸이 머물고 있는 아파트에 여장을 풀고 시내로 나서는 길이다.
시내로 가기 전에 잠시 들른 단지 내 마트~
뭘 사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서
단지 내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담아보았다.
맨해튼의 동쪽 이스트 강변 East River에 위치한 아파트라서 조망이 일품이다.
웃통을 벗고 태연히 벤취에 앉아있는 모습에서
새삼 이곳이 뉴욕이라는 점이 실감난다.
강 위에는 각종 페리와 유람선, 수상비행기가 쉴새없이 오간다.
강 건너 마주보이는 곳이 퀸스지역이란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Queensboro Bridge이고
다리 중간의 녹색 부분은 맨해튼과 퀸스 사이에 있는 루스벨트 아일랜드다.
아랫 사진의 좌측 부분에 있는 하얀색 건물이 유엔본부인데
걸어서 갈 수 있는 멀지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 첫번째가 ESTA라는 전자여행허가증인데 미국을 여행할려면 사전에 꼭 발급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아내에게 알아보라고 했더니 여행사에 문의해 본 모양인데
복잡하고 잘못하면 수수료만 날릴 수 있으니 자기네한테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단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았는데~
결국 내가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는데 시간도 별로 안걸리고 간단히 처리됐다.
수수료 얼마를 벌어보자고 여행사에서 엄포를 놓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인천공항에서도 인터뷰가 있으니 다른 곳으로 여행할 때와는 달리
한시간 정도 더 일찍 공항에 가야한다고 했는데 이 또한 과장된 듯한 느낌이다.
공항에서 발권 후에 수화물을 맡기기 위해 줄을 선 곳에서 영어에 능통한 직원을 만났는데
인터뷰는 커녕 안내를 해주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입국 심사대에서의 문제인데
불법체류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까다로울 것으로 전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입국 심사대에서는 다른 나라 보다 더 까다롭다는 인상은 전혀 받질 못했다.
다만 열 손가락 모두를 지문 등록하고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는 등의 절차로 인하여
길게 늘어선 줄에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별다른 질문도 없이 웃음을 머금고 서글서글하게 입국 도장을 찍어주던 직원이
아내의 여권을 들고서는 따라오라고 한다.
게이트도 닫은 채~
갑자기 이건 웬 시츄레이션~?
순간 긴장이 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가면서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이 나이에 이곳에 불법체류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고 좋은 마음으로 여행을 왔는데
입국이 거부될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자신만만했던 마음이 살짝 조바심으로 바뀐다.
무슨 일이냐, 무엇 때문에 그러냐는 질문에는 대수럽지않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생글생글 웃으며 안내를 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기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단다.
이유도 모르면서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은 또 뭔가~?
게다가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아내만 남겨두고 나는 밖에서 기다리란다.
그것도 사무실 문 앞이 아닌 출입국 장소 밖에서~
거기까지 친절히 나를 데려다 주기까지 하면서~
잠시 후에 모습을 드러낸 아내 말에 의하면
웬 가방 3개를 보여주며 당신 거냐고 물어보더란다.
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우리 수하물도 총 3개인데 공교롭게도 아내 수화물로 처리를 해 놓았고
사무실에 있던 수화물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그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아내를 부른 것이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수화물을 찾으로 갔더니 또 한번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수화물 콘베이어에 가방이 하나도 남아있질 않은 게 아닌가~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찬찬히 주변을 살펴보니
한 곳에 미처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가방들을 잔뜩 모아 놓을 것이 보인다.
아마도 여행사 직원이나 항공사 직원이 입국 수속이 늦어진 승객들을 위해서 모아 놓은 모양이었다.
그 중에는 우리 가방도 섞여 있었고~
이름 모를 가방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의 해프닝만 없었다면 참으로 순조로운 입국 심사다.
우리가 입국 심사를 위해 준비한 서류는 ESTA와 항공 E 티켓
그리고 만약의 질문에 대비한 딸의 아파트 주소를 적은 종이가 전부였다.
단지 내에서 바라보이는 풍경도 멋지고
단지 내의 곳곳에 마련된 작은 화단들에 피어 있는 꽃들이 이쁘기만하다.
단지와 시내를 연결시켜주는 육교다.
육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강변에 늘어선 아파트는 총 4채로 딸은 제일 좌측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아파트의 높이는 총 31층으로 29층에서 살고 있다.
드디어 시가지로 접어 드는데
한 건물 외부에서 보이는 SVA라는 표지가 반갑기만 하다.
우리와는 다른 길고 긴 시내버스~
23번가를 오가는 버스인 모양이다.
딸이 4년 동안 다녔던 학교 정문이란다.
방학이어선지 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문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같은 모습으로
뉴욕이라고 별 수 없는 모양이다.
도로변에 내어놓은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사각형으로 높게 올라간 건물에 창문이 잔뜩 나있는 이 건물이
딸이 학교 다니는 동안 지냈던 기숙사란다.
스튜디오나 아파트보다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는데
우리가 이곳의 방을 한번이라도 보았더라면 절대 이곳에서 계속 생활하게 놔두지 않았을거라는 말을 한다.
새삼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기숙사에 입주하려는 학생들이 많았슴에도 4년간 머물게 해준 것만을 고맙게 생각하고
비용이 적게 든 만큼 고생스러웠다는 점은 미처 생각치도 않았던거다.
그리고 열악한 숙소에 대한 고충도 감내하며 내색도 하지 않았던 딸애가 고맙게 느껴지고
1학년 학기 초부터 밤새워 과제를 하며 공부하던 때 했던 말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힘들긴 해도 어렵게 유학을 보내준 부모님을 생각하면 힘도 나고 견딜만 하다고~
23번가에서 만난 이 극장도 꽤 유명한 곳이란다.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이 거쳐갔던~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메디슨 스퀘어 파크 Madison Square Park에 도착했다.
1847년에 문을 열었다는 이 공원은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은 후
이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조각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다리미 빌딩으로 불리는 뉴욕 최초의 마천루라는 플랫아이언 빌딩 Flatiron Building을 볼 수 있어
관광객들도 빠짐없이 다녀가는 곳인데 딸애가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기가 다니는 직장 건물이 바로 옆에 있어서~
공원 한켠에 자리잡은 쉑쉑으로 불리는 셰이크 쉑 Shake Shack~
뉴욕의 명물인 셰이크 쉑 버거 1호점이라는데
맛있으니 나중에 꼭 먹어보잔다.
공원의 모습을 담아봤다.
뭔가를 촬영하러 나온 친구와 인사도 나누고~
공원 중앙엔 분수도 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음악이 흘러 나오고~
산책 나온 견공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뉴욕에서 만난 견공들은 하나같이 안전장치가 없는 자유로운 모습들이었다.
때로는 덩치가 무척 큰 녀석들도 만났는데 주둥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갑자기 대들어 물면 어찌하나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견공 주인들은 태연한 모습들이었는데 훈련이 잘 되어서인가~?
스트리트와 애비뉴가 교차하는 거리를 사선으로 브로드웨이가 지나가는데
그로인해 생긴 짜투리 땅에는 상점과 쉴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쉴새없이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들~
바로 플랫아이언 빌딩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인데
나도 그 틈에서 플랫아이언 빌딩을 담아봤다.
플랫아이언 빌딩 Flatiron Building
교차로에서 사선으로 뻣어있는 브로드웨이 모습도 담아보는데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보인다.
또한 다리미 빌딩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빠트릴 수는 없지~
다리미 빌딩으로 불리는 플랫아이언 빌딩 Flatiron Building은 뉴욕 최초의 마천루로
건물 모양이 마치 다리미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 빌딩은 Broadway, 5th Ave, 23rd St 등 3개의 거리가 교차하면서 생긴 삼각형 모양의 땅에
1902년 건축가 대니얼 H.버넘이 만든 폭이 좁은 초고층 스타일의 맨해튼 최초의 마천루라고 한다.
또한 이 빌딩은 보자르 건축 양식으로 강철 골격을 사용한 최초의 건물이라고 하며
완공 당시 사람들은 2m의 좁은 폭에 세운 22층의 빌딩이 바람이 세게 불면 쓰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하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뉴욕의 상징으로 당당히 군림하고 있다.
상점들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 삼각형 부지의 맞은편 건물이
바로 딸이 다니고 있는 회사란다.
시티 투어버스도 쉴새없이 지나간다.
건물로 들어서는데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한다.
건물 안에서 보는 사무실 분위기는 무척 자유분망한 모습이고~
팀 동료들이란다.
우리 부부가 뉴욕에 온다는 소식에 마치 본인들 일인 양 무척 반갑게 기뻐해 주고
당연히 휴가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팀원들이라고 한다.
회사일은 전혀 신경쓰지 말고 뉴욕 구경 잘 시켜 드리라고 하며~
회사를 구경시켜 준다.
팀원들과 회의를 하는 장소도 보여주고~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건물 내의 중정이 보인다.
근무 중에 잠시 휴식하기에 좋은 장소같다.
팀원들이 근무하는 장소에는 침대까지 놓여 있다고 한다.
근무 중에 피곤한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곳이란다.
나도 같이 찍자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ㅎ
작품을 만들려나~?
거듭 찍는 걸 보니~
회사가 받은 상패들이란다.
못 만나고 나오는 줄 알았다.
딸의 상사들인데 친절하게 무척 잘 대해 준단다.
유학 온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유학을 오지 않았다면 인생 망할 뻔 했다는 극한 표현을 한다.
왜냐고 물으니~
근무 환경이 너무 좋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스런 분위기도 좋지만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경청해 주고 반영해 주는 것에서 보람도 느끼고 의욕도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업무들도 말만 하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인 글로벌 기업들의 프로젝트라서
경력을 쌓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거라 생각하고 있단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고민도 많았던 모양이다.
학교만 졸업하고 귀국하면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고
게다가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뉴욕에서는 마음에 드는 회사에 쉽게 취업이 되고 비자 문제도 원활히 해결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 국내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귀국하고 싶단다.
딸이 주거비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뉴욕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다분히 국내에서 같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근무 환경 및 처우 등에 대해서 전해 들은 것도 한몫을 하는 모양이었다.
특히 아랫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근무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어찌됐던 이제는 성인이 다된 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우리 부부의 도리가 돼버린 듯 싶다.
딸애 회사 정문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보이는 시계탑 건물은
메트라이프 빌딩 MetLife Building이란다.
'U.S.A. 여행 > 뉴욕 워싱턴 보스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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