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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라 둘러보기/서울

추석 전날 북악산에 올라본다 ~

 

 

 

진관 간판이 걸려 있어서 한 컷 담고 돌아선다.

 

구세주 같은 고마운 사진관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 딱 이틀만 쉬기로 했다.

 

추석 전날과 추석 당일을 쉬기로 했는데 냉동고 하나가 불안정하여 점검하는 분을 기다려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 퇴근하느라 밤 12시를 넘겼으니 정확히 이틀도 못 쉬게 된 꼴이 되고 말았다.

 

냉동고가 9개나 되는 통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상이 있는 줄 알면서도 이틀 동안을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라

모두를 퇴근시키고 수리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늦게서야 귀가를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것이었다.

 

본가로 가는 길에 잠시 바람이나 쐬자며 며칠 전부터 추석 전날의 나들이를 계획했는데

늦은 퇴근으로 취소할 수는 없는 일이고 카메라를 들지않은 나들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들이 길의 카메라는 나의 엔돌핀이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카메라를 챙기면서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런 메모리 카드 한 개도 챙기지 못한거다.

 

멘붕~

 

 

카메라 없이 잠깐 바람이나 쐬다가 가면 될 터인데도

요즈음의 나에게는 이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메모리 카드를 사러 길을 나섰는데 모르는 동네에서 이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게다가 지금이 어느 땐가~ 추석 전날인데~

 

 

마트까지 뒤지며 돌아다니다 발견한 눈을 번쩍 띄게 하는 사진관 간판~

 

다짜고짜 지하층에 위치한 사진관으로 내려갔다.

 

고궁 옆이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커플이 기념 사진을 찍으려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인장께서 나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으신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메모리 카드 한 개만 팔라고 부탁했다.

 

사진관에서는 팔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답변이 돌아오는데 어찌하겠는가 매달려보는 수 밖에~

이곳이 아니면 오늘 같은 날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간곡한 청을 거절하기 어려우셨는지 주섬주섬 카드 한개를 골라내시어

그 안의 사진들을 컴퓨터에 백업하시고 내게 건네 주시는데 4G짜리다.

 

 

얼마나 드릴까요?

 

그냥 쓰세요. 오늘 하루 쓰시는 데는 충분할 겁니다.

 

 

카드를 내어주신 것만도 고맙고 감사한 일인데 거저 얻어 나오기 어려워

얼마간의 사례를 하고 사진관을 나섰다.

 

자되세요~

 

 

메모리 카드를 얻어 나오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ㅎ

 

 

 

 

 

 

 

 

 

골목길에 차량을 주차하고 카메라를 챙기는 잠깐 동안에 사진관 사장님의 훈훈한 정도 느꼈고

한양의 야박한 인심도 겪었는데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은 일은 쓰지 않으련다.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지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니~

 

 

 

 

 

 

 

 

 

시간이 꽤 지나서 뭐라도 요기를 하고 나서자며 들어선 음식점에서

골뱅이무침 국수를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계열사라고 해서 대기업 계열사가 먼저 떠올랐으니

아직도 생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후유증인가보다~ㅎ

 

한자를 보고서야 튀김닭 전문점이라는 뜻이라는 걸 알았는데 튀김닭으로 한끼를 때우지 못하는 나는

역시 쉰세대를 벗어나지 못하는가보다.

 

 

 

 

 

 

 

 

 

음식점 옆의 표지판~

 

 

창의문을 나서면 만나는 길이라는 제목 아래 주변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곳 부암동 자체가 내게는 낯설은 지명이다.

 

아내가 부암동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을 때도 솔직히 부암동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 지를 몰랐다.

주변 지명들은 내게도 익숙하고 많이 다녔던 동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관 사장님께서 건네주신 메모리 카드를 용량을 살펴보니 400여장 밖에 못 찍겠다.

이틀 동안 이 용량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수 없이 화상 사이즈를 small로 바꾸고 화질은 당초대로 FINE으로 맞추어 놓으니

700여장으로 촬영 가능 컷수가 늘어난다.

 

그런대로 이틀 동안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제 가봅시다. 마나님~~

 

 

 

 

 

 

 

 

 

창의문~

 

 

멋지다.

 

하마트면 제대로 구경도 못할 뻔 했네~~ㅎ

 

 

 

 

 

 

 

 

 

안쪽에서도 담아봤다.

 

 

 

 

 

 

 

 

 

성곽에 오르려면 신청서를 작성해야 된단다.

 

 

신청서를 작성하시는 마나님~

 

오~~~

 

 

이제 슬슬 올라가 봅시다.

 

 

 

 

 

 

 

 

 

 

 

 

 

 

육중한 화강석 위에 올려진 두겁석이 마치 작은 지붕들처럼 이어져 있다.

 

 

성곽길도 잘 닦겨져 있고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

이제껏 자주 보아왔단 화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역시 한성이라 다르긴 다르다~ㅎ

 

 

 

 

 

 

 

 

 

성곽에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는 숲에 푹 싸여있는 모습이다.

 

 

차량들이 질주하고 얼키설키 엉켜있는 어수선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마치 전원도시같은 느낌이다.

 

이쯤되면 100m 미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성곽 안쪽의 일부 구간은 가림막이 쳐져 있다.

 

 

높은 분이 사시는 곳이라 쳐다도 보지 말라는 모양인데

확 트인 곳에서 남산 쯤은 바라보아도 나무라시진 않겠지~

 

 

 

 

 

 

 

 

 

 

 

 

 

 

어째 힘이 드신 모양입니다. 그려~

 

 

아니나다를까 여기서 쉬고 있을터이니 혼자 다녀오란다.

 

옆의 안내도를 보니 애~개 겨우 손톱만큼 올라왔다.

 

 

 

 

 

 

 

 

 

터에서 올려다보니 제법 가파르다.

 

 

아무리 운동을 안했고 저질 체력이라고 해도 이쯤에서 관둘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니 내친 김에 정상까지 가보기로 한다.

 

 

 

 

 

 

 

 

 

뒤돌아보니 올라온 길이 제법 가파르게 보인다.

 

오르다 힘들면 핑계 삼아 사진도 찍고 숨도 고르며 쉬엄쉬엄 성곽길을 따라간다.

 

 

 

 

 

 

 

 

 

길은 더욱 가파르게 이어지고 안내판에 안전을 위해서 손잡이를 잡고 오르라는

친절함도 적혀 있다.

 

 

이쯤에서 근무를 마치고 내려오는 군인 아자씨를 만났다.

 

조~오~기 초소까지만 가면 됩니까?

 

거기서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시간이~

 

10분~ 아니 15분 쯤 걸릴 겁니다.

 

 

까짓거 15분을 못 가랴.

 

거꾸로 매달아도 3년은 간다는 세월도 겪었는데~~ㅎ

 

 

이 정도 높이의 쉼터까지는 올라와서 쉬실 것이지~~ㅎ

 

 

 

 

 

 

 

 

 

올라온 길을 대견스럽게 한번 돌아보고

 

다시 성곽길을 오른다.

 

 

 

 

 

 

 

 

 

조금 더 높이 올라와서인지 전망이 시원스럽다.

 

 

뒷쪽으로는 카메라를 돌리지 말고 전망 좋은 전면을 찍으라는 높으신 분들의 엄명?을 따라서

 

성신 여대쪽과 북한산 방면을 한 컷씩 담아본다.

 

 

 

 

 

 

 

 

 

더욱 가파라진 성곽길~

 

 

이 턱까지 차오른다.

 

 

요즈음 부쩍 병원 문턱을 자주 넘나든다.

 

병원과는 담 쌓고 살아왔는데 5년 전부터 안과를 시작으로 치과를 비롯해서 

근육 통증으로 정형외과와 한방을 거쳐 통증 전문치료병원까지 섭렵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온 몸이 종합병원 신세를 져야 할 판국이다.

 

어찌하야 이 지경까지 됐는고~~ㅠ

 

꾸준히 이어지던 각종 운동을 모두 뒤로 한 채 숨쉬기 운동만 되풀이한 10여 년이 만들어 낸 결과다.

 

게다가 허벅지 근육까지 슬금슬금 꽁무니를 내빼는 기미가 보이니

서글프기도 하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래서~

 

올 여름 뉴욕을 다녀온 후에는 꼭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지 했는데 그도 그만 세월만 흐르고 있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곧 바로 시작해야지~~ 짜로~ ㅎ

 

 

 

 

 

 

 

 

 

20m 남았다. 백악마루가~

 

 

이 정도라면 굴러서라도 올라갈 수 있겠다~~ㅎ

 

 

 

 

 

 

 

 

 

드디어 백악산 정상~

 

 

그런데 애~개 해발 342m를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으니~~ㅠ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는 안내판도 읽어보고

 

아무도 없는 정상 바위도 담아보고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 만세삼창을 하거나 야~호를 외쳐 보거나 V자라도 그려봐야 하는건데

 

혼자라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