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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라 둘러보기/서울

추석 하루 전 길상사를 찾은 날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2021년 추석 하루 전날 성북동의 길상사로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서울에 본가가 있는 터라 명절 전 귀성 혼잡은 면할 수 있지만 마땅히 나들이를 갈 만한 곳이 없어 명절 전후의 휴가는

 

서울 주변을 맴돌던 게 벌써 몇 해째다.

 

 

카페는 휴업인지 아직 오픈 시간이 안된 것인지 문은 굳게 닫혀 있는데, 도로변의 주차장은 무료 개방이란다.

 

살다 보니 이런 횡재?를 할 때도 있구먼~~ㅎ

 

 

 

 

 

 

 

느지막하게 집을 나선 터라 식사부터 하고 움직이기로 했는데, 이런 걸 아점이라고 하나? 좀 더 유식한 말로 브런치라

 

하는가?~

 

 

오래된 식당 입구는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무척 협소한데, 나름 유명한 맛집이란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벌써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된다.

 

 

아내가 선택한 단호박 정식~

 

 

 

 

 

 

 

내 몫의 나물 돌솥밥~

 

 

나물에 버무려 같이 내어준 장을 곁들이니 제법 감칠맛이 난다.

 

 

 

 

 

 

 

같이 내어준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단호박 약선밥이 이곳의 대표 음식이란다.

 

 

 

 

 

 

 

포니~

 

반갑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래~ 나의 첫 차도 이런 포니였지~~

 

 

분명 길상사가 지척에 있는데도 길상사는 초행이라 어느 곳으로 향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 일단 큰길을 따라가 보기

 

로 했다. 군자는 대로행이라니~

 

 

 

 

 

 

 

많은 차량이 몰리는 나름 유명한 식당 맞은편에 만해 한용운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만해 선생과 아내의 다정한 모습을 추억으로 남겨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곳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서울대 병원 응급센터 앞이다. 사연 인즉은~

 

 

만해와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고 주변 안내문을 보려고 뒷걸음을 치다가 화강암으로 만든 무릎 높이의 볼라드에 걸려

 

넘어지면서 주변의 벤치 모서리에 머리를 살짝 부딪치고 말았다.

 

약간 따끔할 정도의 통증에 별일 아닐 거라며 가져다 댄 손에 피가 흥건히 젖어든다.

 

 

자세히 살펴본 아내가 병원을 가야 할 것만 같다고 한다.

 

그래서 인근에 사시는 고마운 아주머니가 집에서 가져와 건네준 붕대로 지혈을 하며, 택시를 타고 이 응급실을 찾은 거

 

다.

 

 

병원에 도착했으니 간단히 치료만 받으면 될 것 같았는데 웬걸~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1시간 반, 응급실 안으로 들어서서 치료 대기하는데 또 1시간 반 시간만 속절없이 지나간다.

 

추석 연휴로 대부분의 진료실이 휴무를 하고 유일하게 이 응급실에서만 치료를 하기에 환자들이 몰려든 탓이란다.

 

 

그런 속절없는 기다림 끝에 젊은 여의사와 마주 했는데~

 

숙인 머리 뒤에서 갑자기 타다~탁~

 

아~ 순간적으로 나온 나의 외마디 비명~

 

그리고 잠시 후 다시 타다~ 탁~

 

치료 끝~ 붕대로 상처 부위를 잘 감싸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 메스껍거나 어지러우면 다시 병원을 찾아오라고 하고 이후의 치료는 동네 병원에서 철심만 뽑으면 된다고

 

한다.

 

 

치료를 마치고 나니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악당과의 치열한 싸움으로 만신창이 된 우리의 주인공이 다친 몸을 이끌고 홀로 치료하던 장면인데, 벌어진 살갗을 술이

 

나 알코올로 간단히 소독하고 스테이플러로 무자비하게 박아버리는 장면~

 

영화를 보면서 저게 가능해? 상상력이 너무 뛰어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던 바로 그 장면과 같은 시술이 내 머리

 

에서도 펼쳐졌던 것이다.

 

게다가 머리를 깎지도 않고 머리털과 함께 박아버렸으니~

 

 

 

 

 

 

 

머리 상처를 치료하고 나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더욱 후회스러운 하루가 될 것만 같아서 간단히 길상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제껏 병원 치료를 거의 받아보지 못한 내가 졸지에 응급실까지 찾았으니 이날의 기억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명절 하루 전의 나들이 길에서 당한 일이니 더더욱~

 

 

 

 

 

 

 

길상사 내의 석조물들이다.

 

 

 

 

 

 

 

꽃무릇도 있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꽃 상태도 좋지 않고 많지도 않으니~

 

 

범종각과 주변의 소나무가 운치 있다.

 

 

 

 

 

 

 

점심을 먹고 반나절을 병원에서 보냈으니 짧은 가을 해가 많이 남아있을 리 만무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경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의 꽃무릇은 제법 많이 피어 있다. 상태로 좋고~

 

 

선운사의 꽃무릇이 장관이라는데 거기까지 가보진 못하고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꽃무릇도 보고 궁금했던 길상사 모습도

 

구경할 겸 나선 길이었으니 이 꽃무릇도 오늘의 불상사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 중 하나인가~?  ㅎ

 

 

 

 

 

 

 

꽃무릇의 화사한 모습도 가까이 한 컷 담아봤다.

 

 

 

 

 

 

 

길상사 대웅전 내부 모습이다.

 

 

 

 

 

 

 

머리만 다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유롭게 길상사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여 길상사를 나선다.

 

 

 

 

 

 

 

인적조차 끊긴 성북동 골목길이다.

 

 

이곳 주민에게 여쭈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을 안내받았다.

 

 

 

 

 

 

 

아파트 사이를 지나서 만난 건물~

 

 

우주 제빵소다.

 

길상사를 돌아보고 커피를 마시고자 검색했던 장소라고 한다.

 

 

 

 

 

 

 

건물 앞에서 서성거리는 우리에게 젊은 여인이 오늘은 휴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 건물에서 나오냐고 물으니 이 집 며느리라고 한다.

 

 

안에서는 촬영 중이라고 하고~

 

시아버님과 동문이라고 하니 반색을 한다. 지금은 출타 중이시라고 하고~

 

 

 

 

 

 

 

우주 제빵소 입구도 잘 가꾸어 놓았다.

 

 

계단 옆에 작은 석조물도 있었고 기묘하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도 심어져 있다.

 

 

 

 

 

 

 

우주 제빵소에서 몇 걸음을 내려오니 이게 웬일인가~

 

우리가 주차를 해놓은 바로 그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바로 뒤편의 이 길을 따라 올라갔으면 길상사에도 쉽게 도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오늘의 불상사는 경험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몰랐던 게 죄다. 그래서 미리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둬야 하는 건데~

 

국내 여행이라고 더욱이 서울이라고 간과했던 게 죄라면 죄다.

 

 

 

 

 

 

 

하루 일정이 엉망이 되어 버렸는데 저녁까지 굶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동네에서 문을 연 식당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아내에게 저녁을 차려 달라는 염치도 없으니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

 

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마침 늦게까지 문을 연 식당을 발견했다.

 

 

잘 익은 김치에 시원한 갈비탕이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비록 불상사는 당했지만 그럭저럭 마무리는 잘된 셈이다.

 

 

이날의 사고로 아내에게는 한 가지 트라우마가 더 생겼다고 한다.

 

나와 같이 외출을 할 때면 마치 유치원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계단 조심, 발밑 조심, 천천히, 매사가 걱정스럽단다.

 

 

내가 왜 이 모양이 됐지?

 

나이 탓이지 뭐~~ㅎ